사랑의 불치병

HOHO 0 9,980 2020.09.03 16:56
"엄마, 더워요!"
"아잉, 엄마. 더워더워~"

땀뻘뻘 흘리며
바둥바둥 거리는 막내 기저귀를
갈아주는데 아이들이 난립니다.

-어, 엄마가 미안해.
엄마가 시원하게 해줄게.

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습니다.
날씨 더운 건 엄마탓은 아닌데.
습관처럼, 버릇처럼 나온
'미안하다'는 말에
스스로 민망했습니다.

우리 엄마들은 그런가봅니다.

울면서도
'엄마가 울어서 미안해'
아픈데도
'엄마가 아파서 미안해'
못놀아줘도
'엄마가 못놀아줘서 미안해'

우리 엄마들이 이런가봅니다.
<모든게 내탓이오>병에 걸려서

남편이 살빠지면
'맛난거 못해준 내 탓'이려니
아이가 아프면
'잘 못보살핀 내 탓'이려니
가족때문에 힘들면
'다 나로 인한 탓'이라고.

우리 엄마들, 불치병입니다.
사랑의 불치병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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