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?

HOHO 0 9,052 2020.09.03 16:45
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? 
 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신석정
 
어머니,
당신은
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?
 
깊은
삼림대(森林帶)를 끼고 돌면
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,
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,
 
멀리 노루 새끼
마음놓고 뛰어 다니는
아무도 살지 않는
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?
 
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
부디 잊지 마셔요.
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
비둘기를 키웁시다.
 
어머니,
당신은
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?
 
산비탈 넌지시
타고 내려오면
양지밭에 흰 염소
한가히 풀 뜯고,
 
길 솟는 옥수수밭에
해는 저물어 저물어
 
먼 바다 물 소리
구슬피 들려 오는
아무도 살지 않는
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?
 
어머니, 부디 잊지 마셔요.
그 때 우리는
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.
 
어머니,
당신은
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?
 
오월 하늘에
비둘기 멀리 날고,
오늘처럼
촐촐히 비가 내리면,
 
꿩 소리도
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.
 
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
산국화 더욱 곱고
노오란 은행잎이
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
가을이면 어머니! 그 나라에서
 
양지밭 과수원에
꿀벌이 잉잉거릴 때,
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
또옥..똑.. 따지 않으렵니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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